[메드월드뉴스=강민우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 변이 정보를 종합하여 치매 위험도를 산출하는 ‘최적 다유전자 위험 점수(optPRS)’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치매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관리를 이끌어갈 혁신적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세포 내 정보의 흐름(Central Dogma) 메커니즘을 추적하여,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발병 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은 뇌 속의 대사 노폐물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상적인 세포 내 정보 흐름 하에서는 DNA의 APOE 유전자가 RNA로 정상 전사된 후 번역 과정을 거쳐 뇌 속 노폐물을 원활하게 청소하는 정상 단백질을 합성해낸다.

그러나 해당 DNA 염기서열에 돌연변이(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경우, 세포 내 정보 전달 경로 전반에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청소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의 단백질이 번역·생성된다. 결국 분해되지 못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세포 사이에 지속적으로 쌓여 찌꺼기를 형성하고, 이것이 주변 신경세포를 파괴하면서 인지 기능 저하와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검사 기술이 임상에 적극 도입될 경우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증상이 발현되기 수년 전부터 고위험군을 선별하여 예방적 약물 치료나 집중적인 생활 습관 교정을 시작할 수 있어 발병 및 악화 속도를 극도로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환자 본인이 미래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알 권리'를 보장하며, 국가 차원에서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치매 환자 간병비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의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완치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피검사자의 심리적 불안감이나 유전자 정보 유출에 따른 민간 보험 가입 거절 등의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기술의 도입을 막기보다는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적 제도와 전문적인 심리 상담 인프라 등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병행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